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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 class=depth02>
<LI>영덕인의 6번째 미각 미주구리회맛 
<LI>이른 아침 시장 좌판서 팔아.. 뼈째 썰어 부담 없이 먹는 막회 
<UL class=depth03>
<LI>사람의 혀가 느끼는 미각에는 단맛 신맛 쓴맛 짠맛 이렇게 네 가지가 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된장 고추장 간장을 먹고 자라온 한국사람들에게는 장맛을 느끼는 감각이 하나 더 발달돼 있어 다섯 가지 맛을 느낀다고 한다. 그런데 영덕사람들에게는 이 다섯 가지 맛 외에도 맛을 느끼는 감각이 하나 더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다름 아닌 "회맛"이다. 그것도 "미주구리회맛" 말이다. 영덕에 살고 있는 사람이나 영덕을 떠나 살고 있는 출향인이나 할 것 없이 영덕사람들이 가장 즐겨먹는 회는 아마 미주구리회일 것이다. 어릴 때부터 미주구리회를 즐겨 먹다보니 회라면 당연히 미주구리회를 선호하는 것이다. 그래서 영덕사람들에게는 6번째 미각으로 미주구리회맛을 느끼는 혀끝 맛이 하나 더 발달해 있는 것이다. 미주구리회는 물가자미회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지역방언이다. 언제부터 그렇게 부르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영덕에서는 미주구리회를 물가자미회라고 하지 않을뿐더러 물가자미회라고 말하면 잘 알아듣지도 못한다. 그래서 미주구리회는 뼈를 다친 환자나 수술한 환자들에게 특효약으로 대접받는다. &#402;꾹꾹&#8222; 씹히는 미주구리의 뼈 속에 있는 풍부한 칼슘이 환자들을 빨리 회복시켜 준다는 것이다. 미주구리는 또 너무나 서민적이고도 어촌 냄새가 풀풀 풍기는 회이다. 따라서 미주구리는 결코 고급횟집에서는 맛볼 수 없다. 미주구리는 주로 바닷가 아줌마들이 새벽에 귀항한 배에서 가져온 싱싱한 물가자미를 광주리에 담아 이른 아침부터 매일시장이나 오일시장 어물전 좌판에 앉아서 내다 파는 것을 살 수 있다. 그래서 영덕사람들은 주로 이른 아침에 회를 사서 주로 아침식사용으로 회를 많이 먹는다. 아침에 파는 미주구리가 가장 싱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주구리는 아무나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회 써는 솜씨가 좋아야 한다. 미주구리를 써는 아줌마들의 손놀림을 지켜보면 가히 감탄사가 나온다.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놀림으로 칼질을 해서 한 마리를 다 써는데 1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자그마한 회칼로 지느러미를 오려낸 뒤 큰 물가자미는 살을 떠서 썰고, 작은 가자미는 통째 썬다. 하지만 보통 횟감으로는 작은 물가자미를 쓰기 때문에 미주구리회는 대부분 뼈째 써는 것이 보통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회를 곱게 잘 써는 아줌마가 있으면 한참을 기다려서라도 잘 써는 아줌마에게서 회를 사기 위해 줄을 선다. 회를 곱게 썰수록 회 맛이 더 좋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 온 미주구리 횟감은 잘게 썬 양파와 잔파, 마늘, 무 채, 깻잎, 어슷 썬 매운 고추를 곁들여서 식초 맛이 톡 쏘는 초고추장에 비벼먹는다. 영덕사람들은 초고추장만 하더라도 매운데 거기다 양파와 잔파, 매운 고추와 같이 맵고 독한 야채를 곁들여서 먹는다. 이런 것을 보면 바닷가사람들은 내륙사람들보다 더 강렬한 맛을 좋아하는 것 같다. 거친 바다를 상대하다 보니 점점 기질이 강해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영덕읍내에도 미주구리회를 파는 식당이 몇 군데 있다. 물론 고급횟집이 아니라 서민풍의 식당이다. 이곳에서는 미주구리회 한 접시가 2만원이다. 다른 회를 파는 전문횟집과 비교하면 절반 가격밖에 안 된다. 게다가 배달을 주로 하고 있어서 영덕사람들은 집에 갑자기 손님이 오거나 모임이 있으면 이런 집들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런 고향의 맛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서인지 요즘은 서울이나 대도시에서도 미주구리회를 파는 식당이 속속 생기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고급횟집이 아니라 허름하지만 맛으로 승부하는 식당 말이다. 출향인 뿐만 아니라 이제 대도시 사람들도 뼈가 꾹꾹 씹히는 동해바다 특유의 미주구리회맛에 반해 단골손님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간다면 언젠가 미주구리회가 대한민국의 회맛을 평정하게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면 너무 앞서나가는 걸까? 아무튼 이처럼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으면서도 정작 미주구리회의 위상은 너무 낮은 게 현실이다.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는 게 미주구리회의 장점이긴 하지만 이제 영덕 미주구리회도 자신만의 브랜드를 가질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영덕 미주구리라는 고유의 브랜드를 내걸고 전국의 온갖 이름난 고급회들과 쟁쟁한 맛 대결을 한 번 해 볼만하지 않은가. 다행히 최근 영덕군에서 물가자미를 상품화할 계획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 중에 미주구리회를 개발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이처럼 미주구리회가 상품화된다면 지금까지 영덕 시장에서나 볼 수 있던 미주구리회가 전국 모든 가정의 식탁에 오를 수 있게 되고, 사람들의 입맛이 뼈째 먹을 수 있는 미주구리회에 길들여진다면 언젠가 미주구리회가 대한민국 남녀노소가 가장 부담 없이 그 맛을 즐길 수 있는 국민의 회로 등극할 날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복사꽃소식』 2003년 가을&#8228; 겨울호(통권 43호) 중에서 발췌 - </LI></UL></LI></UL>&nb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