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데기 오징어는 등에 칼집을 내서 노릇노릇하게 앞뒤로 구워서 기호에 따라 마요네즈나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제맛이다. 겨울철이 되면 영덕 사람치고 냉장고에 피데기 오징어 한 축이 들어있지 않은 집이 없을 만큼 피데기 오징어는 영덕 사람들에게 특별히 사랑 받는 겨울철 별미다. 긴긴 겨울밤, 저녁을 일찍 먹고 나서 뱃속이 출출해지면 온 가족이 모여 앉아 피데기를 구워놓고 줄줄 찢어 먹어가며 가족끼리 정담을 나누는 모습은 일반적인 영덕사람들의 겨울 생활상이다. 영덕사람들은 봄부터 가을까지는 주로 마른 오징어를 많이 먹는 것에 비해 겨울철에는 주로 피데기 오징어를 먹는다. 완전히 건조되지 않아 냉동실에 보관해야 하는 피데기 오징어는 겨울철이 제철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딱딱하고 질겨서 먹기 어려운 마른 오징어에 비해서 피데기 오징어는 육질이 훨씬 더 연하고 부드러워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데다 맛도 훨씬 더 뛰어나 영덕사람들은 피데기 오징어를 더 선호한다. 그렇다면 피데기 오징어는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피데기 오징어는 오징어 어군이 강원도 동해안에서 남쪽으로 남하하면서 육질이 가장 두터운 10월에서 12월 무렵 영덕해역에서 어획한 오징어를 청정한 바닷바람으로 하루나 이틀 정도 완전 건조되지 않고 피득피득할 정도로 건조시켜 만든다. 이렇게 만든 피데기 오징어는 70%의 수분과 약 18%의 단백질로 구성되어 타우린과 베타인이 적당하게 함유된 반건조 자연식품이 되는데 EPA와 DHA가 풍부해 자라나는 아이들의 두뇌에도 좋고, 간장해독작용 외에도 성인병을 예방하는 HDL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노화방지에도 효능이 있다고 한다.
명태 얼치란 말은 영덕사람이 아니면 잘 알아듣지 못하는 생소한 말일 것이다.
영덕에서는 명태새끼인 노가리보다는 크고 북어보다는 작은 명태, 즉 "노가리 형님, 북어 동생"을 얼치라고 하는데 엄밀히 따지면 얼치란 바닷바람에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해서 건조시킨 명태를 말한다. 완전히 건조되지 않아 육질이 연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는 명태 얼치는 숯불에 구워야 제 맛이 난다. 껍질이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숯불에 구워서 살점을 길게 뜯어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기호에 따라 명태에 양념장을 발라서 구워 먹기도 한다. 영덕사람들은 겨울철에 야외 모임이나 행사가 있으면 바비큐를 해먹듯이 숯불을 피워놓고 따뜻한 숯불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서 명태 얼치를 구워먹기도 한다. 그렇다면 명태 얼치는 어떻게 만드는지 알아보자. 명태 얼치는 동해바다에서 잡히는 명태 중에서 20㎝ 정도 되는 중간 크기의 명태를 차가운 바닷바람에 피득피득할 정도로 반쯤 건조시켜 만든다. 명태 얼치는 80%의 수분과 약18%의 단백질과 저지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고 아미노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노약자나 병후 원기회복에 도움을 주는 강장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동해안 겨울날 영양만점 먹거리...
풍속화로 유명한 조선시대 거장 김홍도나 신윤복이 이 시대에 살아 있었다면 아마 동해안 사람들이 겨울밤에 술집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미역에 둘둘 말은 과메기를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을 어촌의 풍속으로 그리지 않았을까. 그만큼 과메기는 동해안 사람들이 겨울 한 철 즐겨먹는 별미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청어 과메기는 옛날 한양에 살던 가난한 선비들이 즐겨 사 먹어 선비를 살찌게 한다„는 뜻으로 비웃(肥儒)이라는 방언으로 불리며 오랜 역사 속에서 동해안의 특산물로 자리잡아 온 대표적인 겨울철 별미. 신문지를 넓게 깔고 그 위에서 청어껍질을 벗겨낸 다음 속살을 발겨서 마늘과 생고추를 얹고 생미역, 쪽파, 김에 둘둘 말아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요즘엔 주로 꽁치 과메기가 주를 이루지만 사실 과메기 하면 청어 과메기가 진짜 과메기라고 할 수 있다. 과메기란 말의 유래가 청어의 눈을 꼬챙이로 꿰어 겨울철 설한풍에 말렸다고 해서 관목어(貫目魚)라 하던 것이 과메기가 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다가 1960년대부터 청어의 어획량이 크게 줄어들어 청어로 만들던 과메기를 요즘엔 꽁치로 대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 맛과 영양을 따져본다면 냉동꽁치를 얼려서 말린 꽁치 과메기가 청어 과메기를 대신할 순 없는 법. 청어 과메기를 만드는 전통방법은 기온이 떨어지는 11월 이후 잡힌 청어를 살짝 얼린 다음 짚으로 엮어 부엌의 살창에 걸어두면 빠져나가는 연기에 그을고 밤에는 얼었다가 낮에는 풀리는 과정을 거쳐 고소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인 청어 과메기가 된다. 요즘에는 아궁이가 사라져 부엌 봉창 대신 바닷가 과메기 덕장에서 청어를 짚으로 엮어 차가운 바닷바람에 꾸득꾸득해질 때까지 보름정도 말려서 만든다. 이렇게 만든 청어 과메기는 유방암, 결장암, 성인병 예방에 좋고, 어린이 성장촉진제, 여성 피부미용 효과, 뇌경색• 심근경색 방지, 혈청콜레스테롤 감소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단백질은 쇠고기, 돼지고기 보다 높고 DHA, EPA가 어류 중 고등어 다음으로 높을 뿐만 아니라 비타민E, 칼슘, 인, 니아신 등 각종 영양소가 듬뿍 함유되어 있으며, 조선시대 궁중 진상품으로 올렸을 만큼 맛이 좋고 영양이 풍부한 자연식품이다.
